들꽃이 전하는 이야기
들꽃 하나 풀 한 포기도 뿌리내릴 땅을 찾아
자기만의 생을 영위하고
생명에 대한 애착은 하늘도 못 이길 만큼
강하고 끈질기다.
새벽에 내리는 창 이슬로 목 축이며 간신히 버티는 삶이어도
안으로 힘을 비축하여
갑자기 천재지변이 들이닥치고
나그네의 발이 밟힌다 해도 그 푸른빛은 변함이 없고
들판을 지치는 향기는 장대 소나기에도 녹지 않는다.
가꿔주는 손길이나 지켜보는 눈길이 없어도
햇살 한 줌에 위로받고 바람결에 땀 식히며
계절 따라 인생을 배우고 인생 속에 계절을 담아
뿌리가 깊은 들녘의 주인으로 묵묵히 커란다.
말이 없는 들풀 꽃은
겨울이 오는 의미와 봄이 오는 희망을
하늘에서 배워 땅에게 가르치며
필 때와 질 때를 잊지 않고
더 간절하게, 더 당당하게
사랑의 언어로 세상을 덮는다.
화려한 꽃잎도, 천리를 가는 향기도
견고한 뿌리에서 오는 힘이며
흔들림 없는 의지로 피워 올리는 숭고한 생명의 증거이니
저들보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며
저들보다 큰 것은 무엇인가.
욕심으로 높아진 세상을 벗어나 땅에 납작 엎드리니
참으로 편하다고 들풀이 전한다.